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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樂서] 우리가 그리던 멘토는 없다! 채승병 수석의 편지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얼마 전, 열정樂서 강연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수석연구원이 자신을 ‘밀덕후’라고 밝히며
덕후질을 통해 배운 공부의 원칙을 소개 했는데요.

강연 후 한 학생으로부터
‘강사님은 어떤 분을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오래도록 고민한 답을 편지로 보내 왔습니다.  

멘토에 대한 그의 생각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함께 보실까요?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연구원이 보내온 ‘열정樂서 아직 못다 한 이야기’

열정락서 열공노하우 강연 중인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연구원




안녕하세요,
원주에서 여러분과 벅찬 호흡을 함께했던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수석입니다.

기억하시나요, 강연 들머리에 원주에 대한 아련한 추억 한 자락을 소개해드리며 이번에도 떨리는 마음을 안고 갔으면 한다고요. 네, 희망대로 쏟아지는 조명 속에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시선과 숨결을 느끼며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올 때만 해도 한없이 낯설게만 느껴졌던 분들께서 돌아가는 길에 인사도 던져주시고 짧은 소회도 이야기해주시면서 더욱 푸근한 마음을 안을 수 있었고요. 저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못내 걱정스럽던 마음을 작은 보람으로 바꿔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제가 할 말이 많았는지 무대 뒤 대기실의 이하이 씨를 좀 더 오래 기다리게 해드린 게 아닌가 싶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그런데도 뭐가 더 아쉬운 게 있어 이렇게 펜을 들었느냐고요? 사실은 강연이 끝나고 어느 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열정락서 열공노하우 강연 중인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연구원
강사님은 어떤 분을 인생의 멘토로 삼고 계신가요?

너무나도 힘든 우리 시대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멘토의 존재는 소중하겠죠. 자칫 방향을 잃고 흐트러지기 쉬운 여러분 모두가 그런 멘토를 두고 멋진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저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는 명사들이나, 책 속의 위인들을 이정표로 세워놓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언젠가 책 한 권을 읽고서 제 나름의 멘토에 대한 생각을 다잡게 되었답니다 ― 바로 『부분과 전체(Der Teil und das Ganze)』라는 책이었죠.

그 책은 독일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입니다. 그냥 들으면 ‘아, 그러면 하이젠베르크란 분을 멘토로 삼으셨나 보죠?’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반대로 저는 이 책을 읽고 ‘우리가 그리던 멘토는 없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열정락서 열공노하우 강연 중인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연구원
이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20세기 초~중반 유럽 물리학계를 중심으로 당대 수많은 인물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대화는 원자 수준의 엄청나게 작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지 우왕좌왕했던 물리학자들의 고민부터, 생명현상에 대한 신비에 대한 토론까지 뻗어있죠. 그런가 하면 20세기 중반 히틀러가 등장하며 벌어진 독재와 끔찍한 세계대전 시기의 처신에 대한 고민 등도 펼쳐집니다.

모든 대화가 제각기 깊은 여운을 남기지만, 저는 특히 그 가운데서도 암울해 보이는 사회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화가 인상적이었어요. 저자 하이젠베르크가 고국을 등지고 망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학계의 대선배인 막스 플랑크 교수와 나눈 대화, 학계에 안주하는 자신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원입대를 선택한 애제자 한스 오일러를 설득하려 애쓴 대화 등이 기억나네요.

여느 극적인 이야기와 달리 그 대화들의 뒤끝은 매우 쓸쓸했습니다. 하이젠베르크는 고국 독일에 남아 일정 부분 현실과 타협하고, 오일러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전쟁터에 나가 전사하고 맙니다.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던 많은 벗과 동료들은 국제 정세와 학문에 대한 이견, 자신의 세계관에 대한 옹고집으로 틀어지고 때로는 쓸쓸한 최후를 맞습니다.

뭔가 좀 허무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교과서에서나 마주하던 그런 인물들도 결국 우리와 비슷한 고민에 시달리던 약점투성이의 존재였다는 점이 더없이 인상 깊었어요.

열정락서 열공노하우 강연 중인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연구원
자, 멘토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그대로 그 사람의 행적과 조언을 따라 밟아가기만 하면 되는 존재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서 그런 이상적인 멘토의 모습을 바란다면 여러분은 환상을 좇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강연을 듣고 책을 본다 한들, 다른 이가 겪었던 상황은 여러분의 현실과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거든요. 당장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와 지금의 2010년대도 너무나 다르죠. 저나 다른 누군가가 살아왔던 길이 여러분에게 꼭 맞는 해답을 줄 수는 없어요.

제가 『부분과 전체』 속에서 목격한 많은 이들은 저에게 어떤 방식으로 살라는 지침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고민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고, 그것을 짜맞추어 전체로의 합일을 해나가는 것은 나의 몫임을 깨닫게 해주었죠. 그러니 누가 멘토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바로 여러분이 수많은 멘토를 끌어안을 수 있는 멘티라는 점이죠!

열정락서 열공노하우 강연 중인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연구원
저는 여러분이 수동적으로 멘토링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멘토링을 끌어내는, ‘자존’을 갖춘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열정락서가 전해준 많은 분들의 열정과 경험이 앞으로 여러분의 알록달록한 자존에 작은 모자이크 조각이 되어 어딘가 점점이 박혀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6월, 채승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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