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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나기’의 마을, 경기도 양평 황순원 문학촌을 가다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기억하시나요?

경기도 양평에는 소설 속 소녀가 소년에게 마음을 고백하던
그 원두막이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서 소설 ‘소나기’의 흔적과
소설가 황순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나기마을’로 안내합니다!

양평군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소나기가 어울리는 6월 초여름 아침. 평소처럼 한 손엔 책을 다른 한 손엔 카메라를 든 채 홀로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목적지는 양평에 있는 소나기마을! 수도권 중앙선 전철을 타고 양수역에 내려 버스를 탔습니다. 차창 너머로 구름 낀 명산 여럿이 보였습니다. 산들은 양평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고 그 밑으로는 한강이 넘실넘실 흐르고 있었습니다. 주변 경관에 취한 채 버스에 기댔더니 약 15분 뒤 황순원 문학촌이 나옵니다.

양평군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비석

사실 비 오는 날 소나기마을을 방문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원한 빗줄기가 지나가고 난 뒤였습니다. 과연, 이곳에서 소나기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달팽이 사진

평일이라 한적한 소나기마을, 찾아온 손님이 반가웠는지 달팽이가 마중 나왔습니다. 비 온 뒤의 촉촉함을 만끽하려는 듯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앙증맞았습니다.

소나기마을에 있는 징검다리, 수숫단, 들꽃마을 모형과 산책로

소나기마을 곳곳에는 작가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흔적이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된 징검다리와 수숫단, 들꽃마을이 마련돼 있습니다. 심지어 문학관 건물은 수숫단 모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입니다. 주변에는 여유롭게 소설을 즐길 수 있도록 멋스러운 산책로도 있었습니다.

문학관에 있는 한눈에 보는 작가 연대기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작가 연대기와 작품 연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작가 황순원의 인생뿐만 아니라 사회상이 시대별로 담겨 있습니다. 복도 가운데 위치한 모빌 형태의 구조물은 작가의 글이 각인되어 있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그의 글들이 마치 소나기처럼 내려오는 듯했습니다.

작가 황순원(1915.3.26~2000.9.14)은 해방 이후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7편으로 다작을 남겼습니다. 순수와 절제의 미학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황순원 문학은 일제강점기 말, 한글 사용이 금지된 상황에서 출발했습니다. 그의 순수 문학은 현실외면이나 극복의 내용을 담은 예술지상주의가 아닌, 시대가 부여한 문제를 주체적으로 떠안겠다는 의지와 우리말을 지키려는 비장한 각오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15살 되던 해, 첫 작품으로 ‘나의 꿈(동광, 1931. 7 발표)’을 발표했습니다.

나의 꿈
꿈, 어젯밤 나의 꿈
이상한 꿈을 꾸었노라
세계를 짓밟아 문지른 후
생명의 꽃을 가득히 심고
그 속에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노라.

언제고 잊지 못할 이 꿈은
깨져 흩어진 이 내 머릿속에도
굳게 못 박혔도다
다른 모든 것은 세파에 스치어 사라져도
나의 이 동경의 꿈만은 길이 존재하나니.

제1전시실 작가와의 만남관 입구(좌) / 황순원 작가가 받은 훈장증(우)

제1전시실 작가와의 만남관 입구(좌) / 황순원 작가가 받은 훈장증(우)

서적(좌) / 육필원고(말과 삶과 자유) (우)

서적(좌) / 육필원고(말과 삶과 자유)(우)


제1전시실은 영상과 유품 등으로 작가 황순원을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유독 그의 육필원고가 많았습니다. 원고지와 메모장에 생각을 적어 내려간 흔적은 그가 작품을 대할 때 얼마나 전력을 기울였는지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황순원 작가의 서재 재현

<작가와의 만남>관 한쪽에는 황순원의 서재가 재현되어 있습니다. 그는 원고가 활자화될 때까지 자신만의 맞춤법과 띄어쓰기 기준으로 직접 교정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자 독자에게 내용을 명확히 전달해야 하는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서재에서도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서재는 단아하고 소박했으며 그와 작품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제2전시실 '작품속으로'관 내부(좌) / 독 짓는 늙은이 모형(우)

제2전시실 작품속으로관 내부(좌) / 독 짓는 늙은이 모형(우)

나무들 비탈에 서다 분위기 재현(좌) / 소설 소나기 캐릭터(우)

나무들 비탈에 서다 분위기 재현(좌) / 소설 소나기 캐릭터(우)

제2전시실에서는 황순원 작가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음향과 영상, 조형물을 이용한 <독 짓는 늙은이>와 <카인의 후예>, <움직이는 성>과 같은 단편 소설들은 각자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는 각종 매체(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의 영상과 함께 소년·소녀의 캐릭터로 공간이 꾸며져 있습니다.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소나기>의 배경이 양평임을 알 수 있는 구절은 소설 끝 부분에 있습니다.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였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골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 호두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 수없이 갈꽃을 휘어 꺾고 있었다.
그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보나 어쩌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쩔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소나기」 에서
 

소나기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옛날 초등학교 교실

소년·소녀가 공부했을 것 같은 옛날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소나기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습니다.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에선 빗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실제로 얼굴을 차갑게 때리는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문학 카페에는 원고지 위에 남기고 싶은 글을 만들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소나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E-BOOK 코너가 있습니다.

문학관 옆에 조성된 황순원, 양정길 부부의 묘역

황순원과 양정길 두 부부의 묘역이 문학관 옆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양평이 그들의 새로운 고향이 된 것입니다. 양정길 여사는 아직 생존해 계시기에 가묘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관람객들을 위해 매일 두 시간에 한 번씩 인공소나기를 내리는 황순원 문학촌

오후 12시 5분, 소나기 광장 위에 촉촉한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광장에는 문학촌을 찾은 관람객을 위해 매일 두 시간에 한 번씩 인공 소나기가 내립니다. 떨어지는 비를 피해 수숫단 안으로 숨은 아이들, 비가 내리는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문학촌에 조성된 '고백의 길' 산책로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후,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고백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소설에서 소녀가 건넨 대추와 소년이 따던 호두를 소재로 하여 호두, 밤, 대추를 직접 딸 수 있는 장소입니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저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서 대추를 땄다. 낼 제사 지낼려구….”
대추 한 줌을 내어준다. 소년은 주춤한다.
“맛봐라,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심었는데 아주 달다.”
소년은 두 손을 오그려 내밀며,
“참 알두 굵다!”
“그리구 저, 우리 이번에 제사 지내구 나서 좀 있다 집을 내주게 됐다.”
소년은 소녀네가 이사해 오기 전에 벌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윤초시 손자가 서울서 사업에 실패해가지고 고향에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고향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된 모양이었다.
“왜 그런지 난 이사 가는 게 싫어졌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전에 없이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소나기」 에서
 

양수역 부근의 두물머리 사진

양수역 부근, 두물머리를 찾았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 줄기가 만나는 양수리 일대는 큰 물줄기 둘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해서 두물머리라 불립니다. 이곳은 과거에 서울로 오가던 사람들이 주막에서 목을 축이고, 냇물을 건너 말에 죽을 먹이며 잠시 쉬어가던 곳으로 예전에는 말죽거리라고도 불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강바람을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앉으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안개가 그윽하게 낀 두물머리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양평 소나기마을에서 혼자 걷고 책을 읽으면서 애틋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달팽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나마 순수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주는 마법과도 같은 분위기 덕분이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사랑에 빠진 소년과 소녀처럼 맑은 웃음소리를 남기고 가기를 바랍니다. 그 웃음소리로 작가의 작품에 녹아 있는 순수함이 마을에 더욱 깊이 배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양평 소나기마을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다음날 휴관) 관람 요금은 어른 2,000원입니다.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그러안았다.
개울가에 다다르기 전에 가을하늘이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소나기」 에서

글 삼성그룹 대학생 기자단 이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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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나

    소나기 마을이 있었다니! 시간나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ㅎㅎ

    • http://blog.samsung.com 삼성이야기

      비가 내린 후 촉촉하게 젖어있을 때 가보면 더욱 운치 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