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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소설 속 배경 그대로 김유정 문학촌에 가다!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봄봄’, ‘동백꽃’ 등 마치 한편의 영화 같은
단편소설들을 남긴 김유정 작가!

그의 소설 속 배경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곳,
김유정 문학촌에 다녀왔습니다.

진짜 봄을 만나러, 김유정 문학촌으로 함께 가볼까요?


김유정의 소설을 걷다

봄이 떠나고 있습니다. 가지만 앙상하던 나무에는 연분홍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다가 이내 푸른 잎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태양은 벌써 여름을 준비하는 듯 조금씩 더워지고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많은 일에 정신이 팔린 사이, 맞이해야 할 봄은 어느 순간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여행이란 일상에서 영원히 탈출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새로워진 나를 만나는 통로이며 넓어진 시야와 마인드
그리고 가득 충전된 에너지를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아네스 안


봄을 떠나보내기 전에 내가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기차에 올랐어요.

봄을 만나기 위해 김유정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

여행을 떠나는 날, 지난밤까지 화창했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졌어요. 생각해보면 홀로 고전여행을 떠날 때마다 날씨 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에 떠난 경주에서는 눈을 만났고, 지난해 떠난 순천만은 날씨가 흐리길 바랐지만, 해가 쨍했었죠. 그러나 그 덕에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에, 되레 흐린 날씨를 기대하며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최초로 사람 이름이 역명이 된 김유정역

약 한 시간가량 기차를 타고 도착한 김유정역은 한산했어요. 김유정역은 최초로 사람 이름을 역명에 넣은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과거에 신남역이었던 이곳은 김유정의 소설 배경인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역명을 바꾸었습니다. 궁서체로 쓰인 김유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역 곳곳에서 작가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습니다.

구김유정역의 모습.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역이다

현재의 김유정역을 나와 조금 걸으면, 구 김유정역(신남역, 2004년 개명)이 보여요. 세련되고 깔끔한 현재의 김유정역보다 매우 낡았지만, 그때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좁은 역 안에 과거의 열차 시간표와 운임표, 포스터 등이 남아 있었습니다. 왁자지껄했을 과거 신남역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선로에 친 들꽃 하나

철길 좁은 틈새에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운행하지 않는 열차의 노선임을 몸소 보여 주는 듯했어요. 저 멀리 기와 형태를 빌려 만든 현재의 김유정역과 대비되어 쓸쓸했고 외로워 보였죠.

김유정 문학촌은 말 그대로 마을 전체가 김유정 소설의 산실이다

구 역사에서 길을 건너면 김유정 문학촌이 보입니다. 유독 이곳만 문학촌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어요. 마을 전체가 김유정 문학의 산실이기 때문이죠. 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김유정 기념전시관과 생가를 찾았습니다.

김유정 기념전시관 가운데에 봄봄 모형이 있다

<봄봄>이 담긴 책 모형이 전시관 중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변으로 김유정의 생애와 그가 사랑한 여인들, 김유정의 마지막 편지 <필승전>이 있죠.

김유정은 안타까운 삶을 살았어요.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후 서울로 올라간 그는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실연과 학교 제적 등 상처를 받게 되죠. 결국, 그는 춘천으로 귀향하게 되고, 학교가 없는 실레마을에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 등 농촌계몽활동을 벌이며 30년대 궁핍한 농촌 현실을 희화적으로 체험합니다. 몇 년 후 다시 서울로 올라간 김유정은 농촌과 도시의 밑바닥 인생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돼요.

1935년 소설 <소낙비>와 <노다지>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합니다. 그는 등단 이후 폐결핵과 치질이 악화되는 등 최악의 환경에 처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글쓰기를 멈추지 못합니다. 병석에서 무리한 끝에 1937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죠.

1957년 간행된 소설집과 봄봄을 닥종이 인형으로 구상한 모형                 1957년 간행된 소설집                                   소설 <봄봄>을 닥종이 인형으로 구상

중고등 교과서에 수록된 김유정의 소설과 번역 되어 소개 된 봄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김유정의 소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행하는 잡지에 <봄봄>이
                   (동백꽃, 봄봄)                                    <spring, spring>으로 번역되어 소개

김유정의 단편소설은 한 편의 재미있는 영화 같아요. 그는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상의 결함과 비리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에서 비판받을 만한 인물도 마냥 밉지만은 않아요. 김유정은 대상을 한층 넓고 깊게 통찰하면서 동정적으로 감싸 줍니다. 그의 감칠맛 나는 속어는 슬픈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들려주죠.

그의 대표작인 <봄봄> <동백꽃> <노다지> <산골 나그네>를 직접 만나기 위해 기념관을 나왔습니다.

소설 봄봄과 동백꽃이 담긴 동상이 서 있다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 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
(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작다)

- <봄봄>에서


밖으로 나오니 소설 <봄봄>과 <동백꽃>이 담긴 동상이 있습니다. 사람의 평균 체구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동상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에서 상황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했어요.

김유정 기념전시관 옆에 복원 되어 있는 김유정 생가

김유정 기념전시관 옆에는 김유정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어요. 생가는 김유정의 조카 김영수 씨와 마을주민의 증언과 고증을 거쳐 2002년에 복원되었습니다.

김유정의 생가는 굉장히 독특합니다. ㅁ자 구조이며, 기와집 골격에 초가를 얹어 언뜻 보면 초가집처럼 보이죠. 이 집을 지은 조부 김익찬은 춘천 의병 봉기의 배후 인물로 재정 지원을 하였으며, 당시 이 마을 대부분이 그의 소유였다고 합니다. 김유정 생가의 구조가 독특한 이유는 헐벗고 못 먹는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라 집의 내부를 보이지 않게 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져요.

실레마을은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살았던 곳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 읍에서 한 이십 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서


실레마을은 김유정의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살던 장소로, 문학촌이라는 이름처럼 소설의 장면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실레이야기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약 한 시간 반이 소요되는 그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실레이야기길은 깊은 산 속까리 뻗어 있다

단순히 산책로라고 생각했던 실레이야기길은 깊은 산 속까지 뻗어 있습니다. 빽빽하게 서 있는 잣나무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림욕을 하면 힐링도 되지만, 꼿꼿이 서 있는 나무들이 주는 중압감에 으스스하기도 했어요.

실레이야기길을 오르며 만난 현호색과 남산 제비꽃                  현호색                                                             남산제비꽃
 
실레이야기길을 오르며 만난 흰 민들레와 금낭화                  흰 민들레                                                            금낭화

웅장한 나무 숲에서 땅으로 시선을 돌리니 올망졸망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남산제비꽃과 흰 민들레는 평소 내가 알던 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였어요. 시선을 아래로 돌리니 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나'를 꼬셨던 동백숲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실레이야기길에 꽂혀있는 팻말은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었는지 알려줍니다. 점순이가 나를 어떻게 꾀었을지 상상하며 걸을 수 있었죠.

이곳에는 동백꽃(생강나무)이 많아요. 그러나 생강나무는 삼사월에 꽃이 피기 때문에 지금은 꽃의 흔적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닭 죽은 건 염려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의 나의 몸둥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움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동백꽃」에서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동백꽃은 노랗습니다. 많은 사람이 동백꽃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빨간 동백꽃이 아니에요. 학술 명으로는 생강나무라 하는데 강원도 지방에서는 그냥 동백꽃, 동박꽃, 개동백으로 부릅니다. 노란 꽃잎이 산수유처럼 가닥이 나게 되고, 꽃이 남긴 흔적에서도 꽃잎의 가닥을 찾을 수 있어요.

실레이야기길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김유정 문학촌

실레이야기길의 가장 높은 곳에는 김유정 문학촌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요. 정상에서도 실레마을의 한적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죠. 정상에 도착하니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 봄비를 만난 거죠. 이 비가 그치면 김유정 문학촌에는 더욱 아름다운 봄이 올 것이었습니다.

실레이야기길의 끝자락에는 <봄봄>의 배경장소가 있습니다.

실레이야기길 끝자락에 있는 봄봄의 배경장소
<봄봄>은 실제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주인공들은 결국 혼례를 올렸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이 자식아, 일 허다 말면 누굴 망해놀 속셈이냐. 이 대가릴 까놀 자식?”
우리 장인님은 약이 오르면 이렇게 손버릇이 아주 못됐다.
또 사위에게 이 자식 저 자식 하는 이놈의 장인님은 어디 있느냐.
오죽해야 우리 동리에서 누굴 물론하고 그에게 욕을 안 먹는 사람은 명이 짜르다, 한다.
조고만 아이들까지도 그를 돌라세놓고 욕필이(번 이름이 봉필이니까)
욕필이, 하고 손가락질을 할만치 두루 인심을 잃었다.
(중략)
장인님은 더 약이 바짝 올라서 잡은 참 지게막대기로 내 어깨를 그냥 나려 갈겼다.
정신이 다 아찔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때엔 나도 온몸에 약이 올랐다.
이 녀석의 장인님을, 하고 눈에서 불이 퍽 나서 그 아래 밭 있는 넝알로 그대로 떼밀어 굴려버렸다.
기어오르면 굴리고 굴리면 기어오르고 이러길 한너덧번을 하며 그럴 적 마다
“부려만 먹구 왜 성례 안하지유.”


- <봄봄>에서


김유정 문학촌에는 이제 막 새 숨을 들이쉬고 있는 봄이 있었어요. 더불어 알싸한 나무들과 향긋한 야생화들의 향기도 여전히 뿜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점순이와 ‘나’를 만나 스스로 소설 안으로 들어가 봐요. 점순이와 키를 재보고, ‘나’ 몰래 닭싸움을 시키며 잠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간이 있다면 <봄봄길> <동백꽃길> 등 김유정의 소설 제목으로 이름이 붙여진 금병산을 올라가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김유정 문학촌은 매주 월요일 휴관입니다.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즈 집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수탉과 쌈을 붙여 놓는다.
나는 약이 오를 때로 다 올라서
(중략)
나뭇지게도 벗어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막대기를 뻗치고 허둥지둥 달겨들었다.

- 「동백꽃」에서



글/ 사진 삼성그룹 대학생 기자단 이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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