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삼성이야기

삼성이야기 메뉴보기

[창의력을 묻다] 이스라엘, 위기가 키워 낸 소프트웨어 경쟁력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척박한 환경을 기회로 만들어 낸 나라, 이스라엘!

에너지도, 드넓은 땅도 없는 국가적 환경 때문에
IT 산업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나스닥 상장 기업만 64개! 매년 500개 이상 새로운 벤처기업이 생긴다는
‘창업강국’ 이스라엘의 경쟁력을 집중 조명해보았습니다.

삼성그룹 블로그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스라엘의 정치와 문화, 경제를 분석‘이스라엘에서 창의력을 묻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라이브러리, 이스라엘의 미래를 엿보다

4월의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봄 같습니다. 게다가 일정을 맞출 수 없어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텔아비브 시청의 라이브러리(The Library) 취재가 극적으로 허가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것도 잠시, 거리에 길게 사이렌이 울렸고, 순간 머리가 쭈뼛 섰습니다.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현대적인 도시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가 순식간에 무거운 침묵에 빠져 들었습니다.

▲ 독립기념일 추도 묵념
▲ 독립기념일 추도 묵념
텔아비브를 향해 미사일이 날아온 것이 불과 5개월 전의 일입니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남쪽 해안에 주둔한 이후 발사된 420개의 미사일 중 두 개였습니다)

사이렌의 정체는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 ‘욤 하아쭈마웃(Yom Haatzumaut)’을 맞아 이스라엘 국군묘지에서 추모 기도문을 낭송하는 시각을 알리는 신호였지만, 늘 듣던 민방위 훈련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입니다. 단 한 번의 사이렌 소리만으로도 이곳이 전쟁국가라는 실감이 났습니다. 2000년 동안 지구에서 사라졌던 나라, 수많은 박해와 대량 학살을 겪어 냈고, 1948년 건국 이후에도 아랍국가에 둘러싸여 공습과 전쟁이 일상인 나라가 이스라엘입니다.

이런 나라의 청년들에게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휴일이었던 독립기념일 다음 날 간신히 취재할 수 있었던 라이브러리는 테니스장만 한 커다란 사무실을 마치 북 카페처럼 아늑하게 꾸며 놨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청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라이브러리는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인큐베이터나 벤처 캐피털과는 별도로 텔아비브 시청에서 마련한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바로 이스라엘 경제의 원동력으로 알려진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곳이에요.

▲ 텔아비브 시청의 라이브러리. 창업 준비자들이 미팅을 하고 있다
▲ 텔아비브 시청의 라이브러리. 창업 준비자들이 미팅을 하고 있다
▲ 폴 카민스키(28세, 창업준비 중)
▲ 폴 카민스키(28세, 창업준비 중)
라이브러리에서 만난 폴 카민스키는 이곳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들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 팀은 아니지만, 잘 알고 있어요. 사업과 관련한 조언이나 개발자가 필요할 때 밖에서 찾는 대신 이곳의 누군가로부터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죠

라이브러리의 공간은 오픈돼 있어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확장된 네트워크는 서로의 지식과 노하우를 나누며 비즈니스에 도움을 줍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파트너가 되기도 해요. 무엇보다도 확장된 네트워크는 아이디어의 확장을 가져옵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는 투자자나 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직접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는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폴 카민스키의 경우 글로벌 기업인 HP에서 근무하다가 얼마 전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온라인 구매 사이트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한 사이트라고 합니다. 라이브러리에는 폴 카민스키와 같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업자나 전문가가 많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람, UI 디자이너 등이 모두 모여 있어요. 이들이 바로 신흥 IT 강국 이스라엘의 미래입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드라이브

▲ 인터넷 브라우저 개발업체 콘드윗(Conduit)
▲ 인터넷 브라우저 개발업체 콘드윗(Conduit)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IT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스라엘 벤처창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의 수석과학관 아비 하손은 “그것은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우리 이스라엘엔 에너지도 물도, 드넓은 땅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유일한 것은 바로 인적자원뿐이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에 벤처창업의 기반을 닦은 주인공인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도 IT 분야가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이 나아갈 방향임을 인식한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상대적으로 이점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요구됐다고 했는데요.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제품의 수출이 어렵고,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이 한정적인 이스라엘에겐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교역하는 나라와는 교역하지 않겠다는 아랍 국가들의 경제 고립 정책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텔아비브 시청의 라이브러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의 역동적인 힘과 미래였는데요. 그것은 이미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치던 2009년, 세계 전체 평균 성장률이 -0.7%일 때, 이스라엘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0.8% 성장했습니다. 2010년 4%대 후반, 지난해에도 3.3%의 성장률을 기록했고요.

겨우 인구 800만을 헤아리지만, 이스라엘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64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 기업이 겨우 9개인 것과도 대조를 이룹니다. 이스라엘에서는 매년 500개 이상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듭니다.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이스라엘의 경제가 활력으로 가득한 것입니다.


융합이 비즈니스 경쟁력을 키운다

이스라엘에서 방문한 에보젠(Evogene)은 바이오 농법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세계적인 바이오그룹 컴퓨젠(Compugen)의 자회사로 농작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합니다. 또한, 농작물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농작물에서 에너지자원을 확보하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 에보젠의 실험실과 연구원들
▲ 에보젠의 실험실과 연구원들
에보젠 실험실에서 재배하는 식물들은 정확한 프로그램에 따라 키워지고 그 과정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통계를 만듭니다. 에보젠에서는 분자생물학자와 로봇공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정보처리 전문가가 모두 함께 일합니다.

에보젠의 IMS 파트 수석인 로이 조하르(Roy Zahor)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들과 아주 복잡한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식물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질문을 수치로 변환시켜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함께 일하는 거죠. 에보젠의 기술은 생명공학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융합한 것입니다

에보젠에 근무하는 수많은 생명공학 전문가들의 지식이 식량자원과 에너지자원으로 가치를 가지려면 소프트웨어 기술의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에보젠의 사례는 결국, 아무리 뛰어난 공학적 지식이 있더라도 연구를 더욱 진전시키거나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이스라엘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요.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최근 10년간 4배 이상 성장해 왔습니다.

에보젠의 모회사인 컴퓨젠도 수학과 생물학, 전산학, 유기화학이 결합하여 예측적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생명공학과 인지공학, 정보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의료기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이렇게 전혀 다른 전문 분야의 융합이 거부감 없이 이뤄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탄생합니다. 이스라엘에 전 세계에서 몰려온 250개의 R&D 센터가 위치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아비 하손 수석과학관은 이 또한 이스라엘이 가진 태생적 결핍의 결과라고 합니다.

65년 전 우리는 풍족하지 않은 재원으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설립됐습니다. 이스라엘 국민의 DNA는 그때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어요. 이스라엘 기업가들은 기술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용과 과학을 결합하는 능력과 강인한 도전정신이 우리가 가진 전부에요. 그런 요소들을 결합함으로써 강력한 경제적 위력을 낳은 것입니다

그 결과일까요? 이스라엘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주로 이스라엘의 특수한 안보상황에 기반을 두고 발달한 보안 기술과 더불어 의료, 바이오, 신에너지 등 향후 메가 트렌드로 지목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암독스(amdocs)는 전화요금 관리서비스로 AT&T, T-mobila, Vodafone, Cellcom, BT Group, Telecom Austria 등 세계 대표 통신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고요. 인터넷 방화벽을 최초로 개발한 체크 포인트(Check Point)는 보안ㆍ방화벽 솔루션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비디오ㆍ음성 분석 전문 회사인 나이스(NICE), 유통 소프트웨어 업체인 리텔릭스(Retalix)도 까르푸, 코스트코, 테스코 등 세계 50개국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나스닥(NASDAQ)이나 뉴욕 주식시장(NYSE)에 상장돼 있습니다. 무게도 부피도 없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스라엘의 두뇌가 전 세계의 각 산업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셈이죠.


튼튼한 기본에 더한 실용성 – 소프트웨어 경쟁력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튼튼한 기초를 마련해 주는 것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스라엘은 인구 1만 명당 과학기술자 수가 140명으로 2위인 미국 83명을 크게 앞서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도 4.68%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한국 3.37%, 일본 3.44%, 미국 2.68% – 2011년)

▲ 텔아비브 시내
▲ 텔아비브 시내
텔아비브 남쪽에 있는 바이츠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는 이스라엘의 기술 경쟁력을 상징하는 곳으로 2,300여 명의 연구진이 있습니다.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다 요나스도 이 연구소 소속입니다. 바이츠만 연구소는 특허권을 통한 연간 로열티 수입액만 100억 달러가 넘는데요. 특히 1959년부터 이스라엘 최초로 예다(YEDA)라는 기술 사업화 전문회사를 두고, 특허관리나 상용화 사업을 적극 해 오고 있습니다.

보르데카이 쉐브스 예다 대표는 “와이즈만 연구소가 가진 기술의 특허권 등록과 개발에 관심을 갖는 기업을 찾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합니다. 예다를 통해 기술을 이전받은 제약회사들은 신약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전자 IT 업체들도 와이즈만의 기술을 실용화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학에도 예다 같은 기술이전센터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텔아비브, 히브리, 테크니온 등 이스라엘의 주요 대학의 특허료 수익만 연간 10억 달러, 이스라엘 전체 대학은 연간 2조 원이 넘습니다. 약 3,000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텔아비브 대학은 플래시 메모리에 이용되는 에러 커넥션 알고리즘을 개발해 상용화했습니다.

텔아비브 대학 기술이전센터인 RAMOT의 슐로모 님로디(Shlomo Nimrodi)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대학에서 여러 다양한 학문 분야들을 경험하게 할 수 있어요. 공학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심리학, 경영, 생명공학을 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일하죠

삼성의 SCSA(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해 교육을 통해 ‘통섭형 인재’로 양성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키운다는 전략입니다. 미래의 산업이 단순히 공학지식과 기술만이 아니기에 인간과 기술을 모두 이해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 내고자 하는 것이에요.

아비 하손 수석과학관은 최근 5년간 이스라엘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로 생명과학과 제약, 의료기기와 청정 기술, 사이버 보안을 꼽았습니다. 모두 전문가들이 미래 메가 트렌드로 꼽는 분야인데요. 기초과학의 든든한 뒷받침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지원이 꼭 필요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거의 모든 분야와 창의적으로 결합하며 혁신을 이뤄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목하고, 소프트 경쟁력을 체화해야 하는 이유에요.

수많은 아이디어로 성공신화를 쓰며 세계 경제에 돌풍을 일으키고, 스스로 start-up nation, 창업국가라 이름 붙인 이스라엘. 그들의 진정한 저력은 어떤 위기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고, 유연하게 대처해 온 소프트웨어 정신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독립기념일의 묵념과 추도가 끝난 이스라엘은 종일 축제 분위기로 들떴습니다. 군인들은 열을 맞춰 퍼레이드를 벌이고, 하늘에서는 에어쇼가 펼쳐지고요. 시민은 광장에 나와 바비큐 파티를 즐깁니다. 악조건을 기회로 바꾸며 작은 성공들을 쌓아 큰 성공을 이뤄낸 역동적인 이스라엘 경제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텔아비브의 하루입니다.

글 미디어삼성 소병수 기자




줌인삼성 지역전문가

욕설, 비방 혹은 게시글과 상관없는 내용의 댓글은 삭제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