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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앤유] 봄 여행지 추천! 예술과 골목의 만남,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해주는 작고 좁은 길….

하지만 예술가들의 알록달록 그림 덕분에
달동네 골목은 ‘걷기 좋은 길’로 탈바꿈했는데요~

예술과 골목이 만난 ‘수암골 벽화마을’로 함께 봄나들이 떠나볼까요?

※ 아래 글은 삼성앤유에 소개된 콘텐츠를 블로그용으로 수정한 글입니다.


예술과 골목의 아름다운 조화, 수암골 벽화마을

글 최예선(‘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저자)
사진 안홍범, 일러스트 오지윤

마치 오래전 사진을 보는 듯한 좁은 골목을 걸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벽화와 오래된 담이 공존하는 도시 속 섬 수암골. 따사로운 햇살이 흐르는 골목에서 잠시 시간을 망각합니다.

빵을 만드는 소년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전부터 수암골은 청주 사람들이 드문드문 나들이를 즐기던 동네였다. 산자락에 조그마한 집들이 촘촘히 자리 잡고 좁은 골목이 집들을 꼬불꼬불 연결해주는 일명 ‘달동네’라 불리던 수암골. 그림 그리는 예술가들이 낡고 남루한 담벼락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려놓자 사람들은 이곳을 달동네가 아닌 걷기 좋은 골목이 있는 오래된 마을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골목마다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으로 가득한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

정확히 말하면 수암골은 별명이다. 원래 동네 이름은 ‘수동’이고 마을 사람은 스스로 ‘15통 사람들’이라고 칭했다. 이곳 사람들은 수동의 ‘수’자를, 마을 뒤를 진중하게 두르고 있는 우암산에서 ‘암’자를 뽑아 마을을 연결하는 골목에 이름 붙였다. 수암골목. 보통은 동네 이름에서 골목 이름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골목 이름에서 마을의 별명이 생겨났다. 수암골은 그러므로 골목이 주인인 마을이다.


진짜 골목을 만나다

골목이란 말에서는 코흘리개 어린 시절이라든가 따스한 불빛이 스며 나오는 창문, 전봇대에 붙어 있는 벽보 같은 잔상이 동시다발로 떠오른다. 골목은 넓고 번잡해서는 안 된다. 밥 짓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는 담과 집들로 이뤄진 좁은 길이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가장 많이 사라져버린 것 중 하나가 골목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형화되지 않은 골목은 허물어지고 합쳐져 대부분 넓고 쭉 빠진 도로로 바뀐 지 오래다.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바람, 누군가의 경험이 형식도 주제도 색깔도 다른 벽화 속에 담긴 수암골 벽화마을

수암골에서 진짜 골목을 만났다. 조금 가파르다 느낄 만한 오르막이다. 등뼈처럼 이어진 오르막 길과 갈비뼈처럼 교차하는 좁은 골목이 마을을 지탱한다. 작고 수더분한 집들은 골목 사이에 조그맣게 몸을 웅크리고 있다. 뒷집에서는 앞집의 지붕과 마당이 훤히 보인다.

골목 양쪽으로 펼쳐진 담벼락에는 언제부터인가 하나둘 그려진 벽화가 온갖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떤 것은 예술가가 그렸고 또 어떤 것은 수암골에 놀러 온 사람들이 함께 모여 그렸다. 해맑은 아이 얼굴도 있고 곱게 핀 연꽃도 있다. 상상의 그늘을 선사하는 노송도 있고 누구나 꿈꿀 만한 숲 속 작은 집도 있다.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바람, 누군가의 경험이 형식도 주제도 색깔도 다른 벽화 속에 담겼다.

수암골에서는 골목을 돌며 그림을 보는 게 먼저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한 바퀴 돌아 골목 초입 삼충상회로 다시 돌아왔다. 40년 넘게 수암골을 지킨 가게 앞에서 마을공동체 ‘마실’을 운영하는 문화기획자 이광진 씨를 만났다.


그림 속 이야기 따라 골목 한 바퀴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진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이광진 씨와 수암골의 인연은 2008년 벽화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부터다.

수암골은 일명 달동네죠. 한국전쟁 때 피란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생겨난 마을이에요. 현재 다른 피난촌은 재개발로 거의 사라졌지만 수암골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주민과 함께 벽화를 그리면서 오래된 동네에 활력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서른 명의 청주 지역 예술가가 수암골을 찾아 마을 사람과 의견을 나누며 벽화를 완성했다. 직능인 최원만 씨 집에는 직업을 상징하는 재봉틀이 그려졌고 고령자가 많은 마을에 유일하게 어린 아이들과 사는 젊은 부부는 자신의 세 아이 얼굴을 그려달라고 청했다.

추억과 사연이 담긴 벽화

‘수동 오세암은 글 쓴다고 밤을 새우던 후배들이 자취하던 달방이다. ㅁ자 집 마당에 이어달리기로 꽃이 피고…’와 같은 추억담도 한자리를 꿰찼다.

수암골 명물 3인방① 수암골 밥상
마을공동체 마실에서 위탁 운영하는 식당 겸 주방 '수암골 밥상' 사진
‘수암골 밥상’은 마을공동체 마실에서 위탁 운영하는 식당 겸 주막이다. 밥 상의 수익금은 마실 운영에 쓰이며 수암골이 자립성을 갖도록 돕는다.

밥상 아주머니들이 요리하는 주방이 재미있다. 드라마 세트를 옮겨와 내부를 꾸몄다고 하는데 아기자기한 살림살이가 정겹다.

꾸밈없이 수수한 마을 어른 들이 만드는 슴슴하고 담백한 음식을 낸다. 음식이 마을 분위기를 닮았다. 도토리 칼국수와 잔치국수가 맛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도토리전이나 달걀말이를 시켜놓고 막걸리를 한잔해도 좋다. 수암골 밥상은 마을 사람이 오 며 가며 들르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벽화 외에 수암골의 다양한 기록을 마을 빈집에 전시하기도 했다. 시시때때로 마을을 찾은 어느 사진가의 기록사진이 빈집 담에 걸린 것이다. 마을 전체가 전시장이 되면서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주민에게는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고 외지인에게는 골목의 향수를 선물했다.

처음엔 예술가들이 작업했지만 차츰 시민과 함께하는 행사로 이어졌습니다. 한 번은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그린 작품이 재미있어요. 때때로 누군가 몰래 그려놓고 간 출처를 알 수 없는 그림도 있고요

예술로 사람 사이의 소통을 이뤄낸 수암골 벽화마을

그림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여럿 있다.

마을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골라주셨어요. 그림과 전혀 무관하게 사셨던 분들이 벽화를 계기로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하시니 저도 참 좋았어요

마침내 예술이 사람 사이의 소통을 이뤄낸 것이다.

수암골 벽화마을에 그려진 그림

매년 벽화 보수 작업을 진행한다. 빈집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담이 쉽사리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빛바랜 그림을 깨끗하게 보수하는 작업은 물론이고 삭아가는 담에 새로운 그림도 그린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기획한 것보다 훨씬 많은 벽화가 생겨났다.

문패 또한 예사롭지 않다. 매끈한 나무판에 멋스러운 글자가 적혀 있다. 이 또한 예술가와 마을 사람의 소통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주민이 가장 원했던 것은 문패였다고 한다. 사람 사는 흔적이 다소곳이 담겨 있어 마냥 보기 좋다.


‘밥상’에서 소통하고 ‘마실’로 열매 맺다

수암골은 청주라는 큰 도시에 속하면서도 전통 촌락의 풍습을 유지하는 묘한 곳이다. 김장철이면 집 앞마다 배추가 쌓이고 장 담그는 날이면 축제라도 열린 듯 마을이 떠들썩하다. 정월대보름이면 돼지를 잡고 풍물을 울리며 지신밟기 행사를 벌인다. 마을 사람도 수암골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드라마를 촬영한 이후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수암골의 삶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의 촬영지, 수암골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이 수암골을 무대로 촬영했다. 촬영 세트인 ‘팔봉제빵점’과 ‘영광이네 국수’가 수암골 관광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고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더불어 새로운 사람들이 빈집을 찾아 들었다. 민화 공방, 공예 공방, 사진 스튜디오 등도 생겨났다.

도예가 김만수 씨도 마을이 좋아 정착했다. 그는 다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소통하며 작업하고 싶어 수암골에 왔다. 떠나는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지자 골목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마을 주민을 주축으로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을 꾸렸다.

수암골 명물 3인방② 수암골 솜씨
수암골 솜씨에서 소개하는 제품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수암골 솜씨’라는 브랜드로 전시·판매한다. 수암골 솜씨에서 소개하는 제품은 캐릭터 모빌·장신구·소품·문구 등 열 가지 정도다.

공예품에 새긴 캐릭터는 벽화에 등장한 인물이나 모티브에서 가져왔다. 대표 캐릭터는 웃고 있는 삼남매와 민화 속 호랑이 인데 어린 삼남매가 특히 인기다.

수암골 최고의 기능인 최원만 씨가 재단 하고 재봉질한 원단에 마을 아주머니들이 수를 놓고 장식한 패브릭 노트, 목재 패널에 색을 칠한 열쇠고리도 있다. 모든 제품에는 제작에 참여한 주 민 이름이 적혀 있다. 앞으로는 오래된 배지 공장을 주민이 직접 고쳐서 공동체운영시설로 만든 후판매대를 설치할 것이라 한다.

수암골 벽화마을에 그려진 그림

마을 내에서 자생적으로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작고 소소한 사업을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수암골 관광 안내를 주민이 직접 맡아 하고 ‘밥상’이라는 작은 식당 겸 주막도 문을 열었다. 벽화에서 본뜬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도 실행에 옮겼다.

수암골 사진관 제2 촬영세트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텃밭을 가꾸고 마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빈집을 잘 가꿔 관광객에게 체험 장소로 제공하는 일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수암골의 호흡대로 작은 일부터 느긋하게 천천히 해나갈 계획이다. 지금 수암골은 세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마치 옛날 사진을 찍은 것처럼 청주의 한 시대를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이라는 본질, 인기 드라마 촬영지를 보유한 청주의 대표 관광지라는 특성, 그리고 마른 땅에 물방울이 스미듯 예술가들이 찾아드는 예술의 현장이라는 세 가지 얼굴이 모두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골목길, 수암골 벽화마을

그러나 그 무엇보다 수암골을 거닐어본 사람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골목길로 기억할 것이다. 수암골 골목마다 숨결을 불어넣은 그림이 사람을 부른다. 그림을 그리는 붓과 손,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마음이 발길을 붙잡고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수암골의 벽화는 그림이 아니라 삶이다.

수암골 명물 3인방③ 수암골 텃밭
실내에서도 유기농 식자재를 재배할 수 있는 그로우백 사진
노는 땅이 많은 수암골은 텃밭을 가꾸기에 좋은 곳이다. 마실에서는 사회적 기업인 ‘흙살림’과 함께 도시형 텃밭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활동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유기농 흙을 담은 재활용 주머니 ‘그로우백’을 폭넓게 접목해볼 계획이다. 그로우백을 이용하면 실내에서도 유기농 식자재를 손쉽게 재배할 수 있다. 큰 노동 들이지 않고 소규모 재배가 가능 한 그로우백은 고령자가 많은 수암골에서 안성맞춤 텃밭인 셈이다.

그로우백 이 더욱 활성화되면 이곳에서 재배한 채소만으로 주민이 자급자족할 수 있다. 수암골 밥상에 필요한 식자재도 마을 내에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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