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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감성 수필 인연의 작가, 피천득 기념관을 가다!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서울의 한복판, 잠실에 있는 피천득 기념관에는
작가의 생전 소지품과 저서, 서재도 구경할 수 있고
비치된 책은 물론 본인의 책을 가져와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요.

이번 주말에 피천득 기념관 나들이 어떠세요?


수필문학의 고전 ‘피천득’을 찾아서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 수필 인연 중에서


전국에 있는 문학관은 약 60개 정도지만, 대부분 지방에 있어 큰마음을 먹지 않고는 선뜻 찾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가까운 곳에도 문학관이 있는데요. 잠실 쇼핑몰 안의 민속박물관에 있는 이곳이 그렇습니다.

금아피천득기념관 입구

민속박물관에는 금아 피천득 기념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맺는 인연에 대해 많은 사색을 했던 피천득. 그와 유동인구가 많은 ‘잠실’이라는 공간은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가까운 곳에 있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금아 피천득 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

금아피천득기념관 내부

기념관은 좁지만,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깔끔해요. 한적한 때에 찾아가서인지 그의 글이 한결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피천득. 그의 호는 금아(琴兒:거문고 소년)입니다. 춘원 이광수 선생과의 인연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금아라는 호는 춘원 이광수 선생이 지어 주셨는데, 내 나이 10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거문고를 잘 탔다는 얘기를 들으시고는, 저 보고 ‘영원히 어머니의 아이처럼 맑게 살라’는 뜻을 담으셨던 것 같아요


그는 광복 전후 시대에 교육자의 길을 걸었고, 1930년 이후 문학인으로서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는 시와 수필로 따뜻한 일상을 그렸죠. 서정적인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작품에 담아 한국의 대표적인 ‘감성 문학인’으로 손꼽힙니다.

피천득 기념관의 '작가의 연보'

대부분의 문학관이 그렇듯 피천득 기념관에도 작가의 연보를 나열해 놓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피천득 기념관은 다른 문학관들과 조금 다른 구석이 있는데요. 작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피천득은 평생 많은 이들과 인연을 쌓았습니다. 춘원 이광수 선생부터 주요한과 주요섭, 그리고 로버트 프로스트까지요.


다양한 인연을 쌓은 결과로, 이광수의 작품 <흙>과 주요섭의 작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는 피천득의 주변 인물이 모델로 등장합니다. <흙>의 여주인공 유순은 금아가 요양원에 입원했을 때 돌보아 주던 간호사 이름이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금아의 어머니를 모델로 쓴 단편소설이라고 해요.

피천득과 로버트 프로스트

피천득과 로버트 프로스트는 1954년 인연을 맺었습니다. 금아는 미국 국무청의 초청으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1954~1955)활동을 했는데 그곳에 있으면서 ‘가지 않은 길(금아가 번역하여 교과서에 게재)’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와 교류했습니다. 그는 그 해 크리스마스 밤을 프로스트의 집에서 함께 지내는 등 깊은 우정을 다졌다고 해요.

그를 마지막, 지금 생각하면 영영 마지막 만난 것은 내가 보스턴을 떠나던 날 오후였다. 전화를 걸었더니 곧 오라고 하였다. 그는 자기 집 문 앞에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우리들의 우정에 대한 몇 마디 말과 서명을 한 시집을 나에게 주고 나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헤어질 때 나를 껴안고 오래 놓지 않았다.

- 로버트 프로스트

피천득 소지품
▲ 왼쪽 위) 피천득의 소지품 / 오른쪽 위) 피천득의 안경
왼쪽 아래) 피천득의 친필 메모 노트 / 오른쪽 아래) 피천득의 저서

피천득의 인형 '난영이'

피천득은 인형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난영이란 인형에게 강한 애착을 뒀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난영이를 안고 눈을 감았다고 하는데요. 그에게 난영이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서영이와 난영이>

(전략)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냉정한 이별을 할 수 있나 봅니다. 난영이는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른스러워지지도 않았습니다. 언제나 아기입니다. 서영이를 떠나 보내고 마음을 잡을 수 없는 나는 난영이를 보살펴 주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낯을 씻겨 주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목욕을 시키고 머리에 빗질도 하여 줍니다. 여름이면 엷은 옷, 겨울이면 털옷을 갈아입혀 줍니다. 데리고 놀지는 아니하지만, 음악은 들려줍니다. 여름이면 일찍 재웁니다. 어쩌다 내가 늦게까지 무엇을 하느라고 난영이를 재우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난영이는 앉은 채 뜬눈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는 참 미안합니다. 내 곁에서 자는 것을 가끔 들여다봅니다.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난영이 얼굴에는 아무 불안이 없습니다. 자는 것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평화로워집니다. 젊은 엄마들이 부러운 나는 난영이 엄마 노릇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 수필집 <인연> 중에서

‘난영이’는 피천득이 어린 딸 서영에게 선물로 준 ‘눈 깜빡이는 인형’입니다. 그 후 딸 서영이 미국 유학을 가자, 그 쓸쓸함을 달래고자 제2의 딸로서 난영을 돌보았어요. 전시장에 있는 난영이에게 입혔던 옷들은 꽤 고급스럽습니다. 그리고 혹시 난영이가 외로울까 봐 인형친구들도 준비했어요. 피천득이 난영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 주어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네 책상 위에 ‘천천히’라고 써 붙여라.
눈 잠깐만 깜아 봐요, 아빠가 안아줄게.
자 눈 떠!
11월 1일 서영이가 사랑하는 아빠



- 하버드대학에서 연구하던 시절
딸 서영이에게 보낸 서영이가 사랑하는 아빠 중에서

피천득의 서재
▲ 피천득의 서재


기념관에는 피천득이 생활하던 서재도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한 느낌이에요. 그는 이 공간을 매우 사랑했을 것 같습니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가고 싶다.


- 피천득, <나의 사랑하는 생활> 중에서

아 피천득 기념관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금아 피천득 기념관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비치된 책을 읽을 수도, 본인의 책을 가져와 읽을 수도 있다


피천득은 어렵거나 세련된 단어를 쓰지 않았음에도 사물,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우리가 지금껏 잊고 지내 온 무언가를 끄집어내며, 엄마 품에 안긴 듯 따뜻한 위로를 줍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몇 번을 읽어도 늘 새로운 감동을 줍니다.
 평생 ‘오월의 소년’이었던 피천득. 그의 글을 읽으며 잊고 지낸 가슴 따뜻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 피천득, <오월> 중에서

금아 피천득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금아 피천득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피천득의 <인연>

교과서에 실려 많은 사람이 읽은 아사코와의 이야기 ‘인연’부터,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로 시작하는 수필 등 약 80여 편의 수필이 수록되어 있다. 피천득의 아름답고 따뜻한 문체가 잘 드러나 있다.
수필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가벼워지고 있는 현시대에도, <인연>은 분야를 대표하는 서적으로 꿋꿋이 사랑받고 있다.

글 삼성그룹 대학생기자단 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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