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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앤유] 한국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집은 불편할수록 좋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집인 수졸당을 건축한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승효상의 집에 대한 철학입니다.

그의 건축에 대한 신념과 철학은 무엇인지,
승효상 건축가에게서 직접 들어볼까요?

※ 아래 글은 삼성앤유에 소개된 콘텐츠를 블로그용으로 수정한 글입니다.


건축에 삶을 채우는 빈 공간의 미학

글 이성수(자유기고가), 사진 이승무


승효상의 건축은 고집스럽다.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긴 하지만 결코 자신의 실력을 자만해서가 아니다. 건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을 이로재에서 만났다.

집은 자기 자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집을 보면 되죠. 하이데거는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고 묻고 ‘정주(定住)하면서 존재한다’고 답했어요. 정주는 건축물을 땅에 세움으로써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건축이 곧 자신의 삶이고 존재하는 방식이란 얘기예요. 처음 땅콩집이 나왔을 때는 굉장히 근사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땅콩집이 생기는 것은 공장 대량생산과 같아요. ‘땅콩집 2, 3’이 아니라 ‘벌레집’이나 ‘나비집’을 만들어야죠

승효상이라는 건축가를 알고 있다면 건축물에 대한 안목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자부해도 좋을 듯하다. 그만큼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그가 가진 변치 않는 믿음은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건축가 승효상은 유홍준 교수의 집 수졸당(1993)과 하얀 집 수백당(1998) 등을 설계하면서 유명해졌다. 웰콤시티와 대전대학교 혜화문화관, 파주출판단지 등을 설계·디자인하면서 2002년에는 미국건축가협회 ‘명예 회원’으로 추대되었고, 같은 해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어 <건축가 승효상> 전을 열기도 했다.

건축에 대한 승효상 대표의 철학은 웃으며 이야기할 때나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나 고집스럽게 묻어났다.


‘건축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

승효상 대표는 스물다섯 살 때 처음 책임자로서 설계를 수행했다. 김수근 선생의 문하에 있을 때 설계한 마산성당이 그의 첫 작품. 완공 후 성당을 찾은 그는 여자 직공 한 명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성당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30분도 채 안 돼 성당에서 나온 여직공의 표정이 평온해 보였다. 그 광경을 마주한 순간 그는 ‘내가 설계한 건축이 다른 사람에게 평화를 줄 수 있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건축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행복한 순간이었다.

건축가 승효상의 대표작 ①

수졸당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인 마당과 마루를 주제로 한 건축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집인 수졸당은 건축가 지망생들이 교과서로 여길 정도로 우리나라 건축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서울 논현동에 있으며 사랑방과 연못 등 한국적 미가 특징이다.

승효상 대표가 가장 행복했던 그날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건축이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예를 들면 부부가 오래 살면 닮는 것이 그렇다.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면서 습관과 행동, 언어가 닮아가는 것이다. 수도하는 사람이 암자를 찾는 것도 작고 검박한 공간이 자신을 바꿔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왜 그럴까. 승효상 대표는 “건축물에 심성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라고 했다. 공간이 인간을 사유케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좋은 공간에 살면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공간에 살면 나쁜 사람이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들 대부분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건축가가 있는가 하면, 기능만 강조하는 건축가도 있다. 건축가 승효상은 자신이 지은 집에 사는 사람이 ‘배부른 돼지가 아니라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를 원한다. 그 집은 ‘적당히 불편하고 적당히 걸어야 하는’ 집이다. 그래서 예술적인 집, 기능적인 집이 아니라 사유하는 집, 인문학적인 집을 짓는다.

집은 불편할수록 좋습니다. 기분 좋게 만들면서 불편한 집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그럴 때 집은 그 안에 사는 사람에게 창조의 바탕이 되는 겁니다. 되도록 불편한 삶으로 이끄는 집이 인간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셈이죠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이상하게도 ‘기분 좋다’는 말과 ‘불편하다’라는 말이 등가로 느껴진다.


건축은 스마트폰과 같은 이치다

건축가 승효상은 비우는 것을 통해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비운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승효상 대표는 우선 집에 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분석한다. 그 후 필요한 경우의 수를 모두 대입한 다음 그것을 종합하거나 비우는 방식으로 설계를 한다.

빈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개념은 우리나라의 옛집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조상은 안방과 건넌방, 문간방 등 위치에 따라 공간의 이름을 지었다. 옛날에는 방의 목적이 별도로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실, 침실, 부엌, 화장실등 공간의 용도에 따라 이름을 짓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이다. “모든 방은 이불을 깔면 침실이 되고, 밥상을 놓으면 주방이 됐습니다.” 거주인의 의지에 따라 방의 용도가 달라지는 것인데 이는 공간이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승효상 대표는 이를 스마트폰에 비유한다.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을 보면 작은 아이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밑으로는 아주 치밀한 전자 회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옛집이 이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복잡한 하부 구조는 숨겨놓고 드러나 보이는 것은 비어 있게 해서 쓰는 사람의 의도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승효상 대표는 이처럼 절제를 통해 스스로 가난할 수 있고 비울 수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건축을 두고 ‘빈자의 미학’, ‘비움의 미학’이라고 일컫는다.

건축가 승효상의 대표작 ②

퇴촌주택
한국적 공간 구성을 접목한 단독 주택으로 자신의 건축 철학인 ‘빈자의 미학’을 담았다. ‘기분 좋은 불편함이 있는 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가족 모두의 공동 공간인 동시에 구성원 개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설득하지 않고도 설득하는 능력

건축가란 누구에게 봉사하는 직업일까. 이 질문에 승효상 대표는 “건축주에게 봉사하지만 건축주만을 위해 봉사하면 시녀, 하인과 다를 바 없다”고 단호한 답을 내렸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건축주는 건축물을 사용할 권한은 있지만 소유할 권한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옆집에 사는 사람도 그 건축물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 즈음에선 ‘맹모삼천’이라는 말을 떠올려도 좋을 법하다. 하긴, 우리 집 옆에 도서관이 있는것과 맥주집이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겠는가.

참 고집스러운 건축가 승효상은 ‘김수근’이라는 한국 건축의 거목 아래서 15년을 지내다 독립했다. 독립하고 자립하는 길은 물론 쉽지 않았다. 지금도 승효상 대표는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후배 건축가들에게 “10년을 먹고살 것이 있거나 10년을 굶을 자신이 있으면 독립하라”고 말한다. 그 자신이 독립할 때는 10년 먹을 것은 없었지만 10년 굶을 자신은 있었다. 그 자신감으로 건축을 부의 축적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다 내쳤다.

굶을지언정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가 이처럼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는 것은 15년간 쌓아올린 맷집 덕분이다. 그 맷집이 무척 단단해서 설득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기꺼이 설득당한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능력, 설득하지 않고도 설득하는 능력.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승효상 대표의 손때가 묻어 있는 설계 모형과 드로잉.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었다.

건축가 승효상의 대표작 ③

모헌
지난 8월 베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건축전,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된 집. 정원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사랑채와 침실 하나가 건물의 주된 공간으로, 전통적 분위기를 살렸다. 물의 정원과 돌의 정원 등 4개의 마당이 다양하고 풍요로운 공간을 구성한다.



집을 짓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승효상 대표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건축이라고 말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불행하게도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승효상 대표도 그 점을 인정한다. 아주 이른 아침에 오래된 사찰을 찾았을 때의 느낌은 사찰의 기둥을 보거나 지붕을 봤을 때, 혹은 탱화를 감상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고즈넉하고, 시나브로 그 공간의 품에 녹아드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건축에 사람의 삶이 녹아 있다는 것을 안다면 더 이상 벽돌 담장인지 흙 담장인지, 기와 지붕인지 슬레이트 지붕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파트와 전통 가옥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다릅니다. 그래서 안방과 화장실의 배치가 다르죠. 건축을 설명할 때에는 ‘거기 사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해요. 그래서 건축 설계는 삶을 조직하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삶을 조직하는 것이 건축이기 때문에 건축가는 인생을 잘 알아야한다는 것이 건축가 승효상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 위해 문학을 읽고, 인간이 왜 사는지를 알기 위해 철학을 읽는다. 집을 지으려면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승효상 대표는 “요즘은 터무니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터무니’라는 말은 ‘터(땅)의 무늬’를 뜻하는 말이다. 개성 없는 집도, 사람도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공간을 꿈꾸기를 바란다. 누군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낸 공간이 아니라 나의 삶에 맞춰, 우리 가족의 삶에 맞춰 만든 공간 말이다. 그의 말대로 아이들과 부부가 함께 모여 오롯이 우리만을 위한 집을 짓는 계획을 짜보면 어떨까.

승효상 대표가 추천하는 이 가을에 읽으면 좋을 책

①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여름에 진탕하게 놀았을 테니 이제 반성하고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 일독을 권하는 이유.
②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 도시의 모습에 대해 이해하기 좋다.
③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 공간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다.

승효상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런던대학교의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예술상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2011년 광주비엔날레의 공동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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