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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앤유] 슬픔이 힘이 된다? 작가 은희경의 사랑과 행복 이야기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신경숙 작가, 공지영 작가와 함께 국내 여류 작가 트로이카로 불리는
은희경 작가를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그녀의 사랑과 행복 이야기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 아랫글은 삼성앤유에 소개된 콘텐츠를 블로그용으로 수정한 글입니다.


슬픔이 힘이 되는 작가의 사랑과 행복 이야기

 
글 이성수(자유기고가), 사진 전재호


‘은희경은 하나의 장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정립한 작가 은희경.
2년 만에 신작 <태연한 인생>을 펴낸 그녀를 햇살 좋은 어느 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가 은희경은 예쁘다. 포토제닉하다. 하지만 카메라만 들이대면 배시시 웃는 연예인과는 다르다. 언젠가 연예인을 많이 촬영하는 포토그래퍼가 그녀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녀는 “너무 연예인처럼 보여서 그 사진이 싫다”고 했다. 그럼 어떤 사진을 원할까. “나만의 모습이 보이는 사진이죠. 나, 은희경요.”

정체성을 찾는 과정, 집필 활동

예쁘고 고집 센 작가 은희경이 <태연한 인생>이라는 새 책을 들고 독자 앞에 다시 나섰다. 그녀는 1995년 동아일보에 소설 <이중주>로 등단했다. 그리고 화려한 문단 생활을 시작했다. 등단과 동시에 <새의 선물>로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단편 소설 <아내의 상자>(1998)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얼마나 즐겁고 ‘태연한 인생’이란 말인가.

하지만 작가 은희경에게 소설 쓰기가 ‘절체절명의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면 ‘상 복 터졌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 힘들다. 그녀의 등단부터가 그렇다. “등단 무렵 하는 일이 다 안 됐어요. 벼랑에 내몰린 기분이었죠. 벼랑에서 마지막 돌아서는 기분으로 소설을 썼어요.” 이후 은희경 작가는 폭발적으로 소설을 썼다. “할 말이 많았다”고 한다. 소설은 방패가 돼주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소설 뒤에 숨어서 할 수 있어 다 했다”는 것이다.

냉소적이고 불편한 질문의 의미

통설에 의하면, 은희경 작가의 소설은 불편하다. <태연한 인생>에서는 “배려와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이야말로 내가 가장 혐오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진정한 헌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소설 속 글이지만 작가 역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내 안의 감정이 사랑이에요.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는 거예요

“성스러운 헌신, 종교적 헌신이나 인류애적 헌신은 있다고 봐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것이 결국에는 뭔가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없다고 한 거예요. 현모양처, 헌신적 부모 같은 사람들이 헌신만 하고 사라지나요? 기억하고 있다가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는 한 진정한 헌신은 없다는 뜻입니다.” 



은희경 작가는 사랑에 관해서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거야?”
라면서 독자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새의 선물>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은데, 은희경 작가는 이 책에서 “‘여러분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이 맞을까요?’ 하고 삶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 문제 제기가 독자를 곤혹스럽고 불편하게 한다. 사랑이라고 하면 기쁨에 몸을 떠는 상상을 하기 쉬운데, 은희경 작가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사랑?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왜 그렇게 사랑에 냉소적일까. “사실 연인이나 신혼부부는 제 소설 안 좋아해요. 냉소적이라고. 그런데 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할 뿐이에요. 복잡하긴 하지만 사랑도 헌신과 같아요. 이번 소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사랑만 있다’고 이야기한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라는 거예요. 상대방과 관계를 맺기 이전에 사랑의 감정을 느껴야 해요. ‘사랑하고 있다’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나 안 하나’, ‘사랑해서 뭘 얻을까’, ‘우리는 계속 만날까 헤어질까’ 하는 생각을 하잖아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파생하는 고독, 고통, 배신이 사랑의 품질이나 성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내 안의 감정이 사랑이에요.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는 거예요.”


힘들고, 고통스럽고, 외로운게 대부분이고, 아주 짧은 순간 황홀한데 이게 사랑이에요.
그런 감정을 내가 스스로 느끼고 즐기는 거예요

은희경 작가의 말대로라면 사랑은 자기 성찰이요, 처절한 자아 찾기다. 유행가 가사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을 하고’ 싫으면 당장 때려치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곱이 어느 날은 좋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 여기서 일반 독자와 은희경 작가는 찬란한 이별을 한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작가’ 은희경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고, ‘일반’ 독자는 그걸 불편해하는 것이다. 은희경 작가는 사랑의 의미를 지금까지와 다른 곳에 두라며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면 기뻤다가 불안했다가 더 고독해지는, 이런 감정이 좋잖아요. 힘들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게 대부분이고, 아주 짧은 순간 황홀한데 이게 사랑이에요. 그런 감정을 내가 스스로 느끼고 즐기는 거예요. 관계 속에서 속박하고, 배신하고, 우리가 이루어질까 안 이루어질까, 우리는 언제까지 사귈까 이런 것에 의미 두지 않기를 바라요.” 이제 사랑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저 사람에게 내가 집착하는 것일까? 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당신은 뭐라 답할 것인가. 관계인가 혹은 자신의 감정인가.

작가 은희경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

아침에 눈뜰 때 짙은 블루의 음악이 들렸다거나 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햇살이 갑자기 눈부셔서, 혹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인도로 걸어가는 유치원생의 콧잔등까지 걸친 웃음을 봤을 때 ‘아! 행복해’ 하며 웃은 날도 있었으리라. 은희경 작가에게는 어떤 날이 그랬을까.


“행복한 날요? 그런 날 많아요. 어린 시절 부모님과 소풍 간 날, 편지를 보냈는데 우편함에 꽂혀 있던 답장 편지를 발견한 날. 언젠가 일본 영화 중 <원더풀 라이프>를 봤어요. 그 영화는 죽은 사람들이 어떤 장소에 모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선택해서 비디오로 만든 뒤 영원한 죽음으로 갈 때 가지고 간다는 내용인데, ‘나는 뭘까’,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떤 순간을 다시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을까’를 생각했어요.

제게도 그런 날이 있어요. 겨울에 꿈에서 깨어났을 때인데, ‘아! 이게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구나’ 싶었어요. 그러고 나서 행복한 순간을 봐버린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엄청난 절망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꿈을 꾸고 절대 행복을 얻었다니, 도대체 어떤 꿈이었을까. “우리 아이들이 연년생인데 대여섯 살 정도 됐을 때 외출했다 집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마루에 햇살이 비껴들어와 있었고 딸애가 ‘아, 우리 집 너무 밝다’면서 빛 안에 가서 납작 엎드렸어요. 빛 속에서 먼지가 뽀얗게 일었고, 저는 아들을 한 손에 안고 웃으면서 바라보는 꿈이었어요.”

그녀가 그리는 인생의 어떤 날

사실 이 꿈 이야기는 <소년을 위로해줘>에 나오는 장면이다. 인터뷰는 거기까지여야 했다. 그래야 은희경 작가는 행복한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그들만의 
마이너리그를 즐겼을 것이다. 인터뷰어로서도 거기까지가 예의였다. 문제는,그 꿈을 꾸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였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때였어요. 무력하고,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죠. 이 아이들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걱정 때문에 항상 위축되고 괴로웠을 때인데, 햇살 때문에 꿈에서 깨고 나서 행복했어요. 그리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꿈이 왜 나한테 행복했을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그때가 내가 가장 강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무력한 존재였을 때 느끼는 사랑이 맑았고, 삶의 정수인 것 같아요.
내 인생에서 가장 초라한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가장 많이 드러난 순간이었죠.”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그때 내가 가장 강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무력한 존재였을 때 느끼는 사랑이 맑았고, 삶의 정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잠시 후 은희경 작가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할 때는 자신의 존재가 드러날 때이다”고 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당신이 가장 행복한 날은 어떤 날이었나요?” 하고. 그러면 많은 사람이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몇몇은 기념일, 가령 아이가 태어난 날, 그이를 만난 날 등을 입에 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답에는 감동이 없다. 그날은 참으로 행복했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당신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당신의 가슴은 어떤 울림으로 대답할 것인가. 은희경 작가는 끝까지 당혹스럽게 사람들의 슬픈 구석을 찌른다. 슬픔이 힘이 되는 작가에게 사랑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날이다.

  en1 은희경 1995년 <이중주>로 등단해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제22회 이상문학상,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 제38회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경숙 작가, 공지영 작가와 함께 여류 작가 트로이카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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